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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심 제거 수술 후
오늘로써 수술 7일 차가 되었다. 하루하루의 느낌과 과정을 정리해보는 철심 제거 수술 후기를 한번 적어보려 한다. 수술 전에는 의사 선생님이 별거 아니라고 말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이 없을 수 없었다. 난 참고로 보호자 없이 혼자 입원하고 혼자 퇴원했다. 할 만 했다. 물론 밥 먹고 식판 옮길 때는 보호자가 있었으면 했던 적도 있지만, 해야 할 일이 많았던 나는 혼자 지내는 것도 괜찮았다.
수술 당일 5월12일 - 목마른 갈증이 제일 힘들다
오전 입원, 오후 3시 반 수술, 기본검사부터 여러 가지 촬영을 하느라고 정신없이 바빴다.. 병실 배정을 받고 금식을 하는데 물도 한 모금 먹을 수가 없어서 힘들었다. 수술 후에 병실로 올라올 때 마취가 덜 깨고 척추 하반신 마취를 해서 6시간 동안 고개와 상체를 들지 말라고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런데 물도 마실수가 없어서 더 힘들었다. 목이 너무 말랐다. 총 금식(물 포함) 기간은 전날 12시부터였으니 24시간을 꽉 채워서 물 한 모금 못 마신다. 지난번 수술 때도 그랬을 텐데 그땐 통증이 너무 심해서 갈증에 대한 갈망은 통증이 그때보다는 덜한 지금이 훨씬 심했다.
수술 1일차 5월 13일 - 어이쿠, 많이 아프다.
통증 때문에 땅에 발을 디뎌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휠체어만 타고 다녔다. 얼음팩으로 계속 찜질을 해주어야 빨리 가라앉는다. 욱신욱신 쑤시기 때문에 계속 다리를 높이 올리고 있었다. 다른 곳에 신경을 쏟으려 일부러 재미있는 드라마를 봤다. 못 본 영화나 드라마 보기에 딱 좋은 구간이다. 수술 후에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을 거의 잘 수가 없어서 (옆 베드에 할머니 환자분 때문에)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통증은 예전 수술에 비해 50% 정도이고 붓기나 가라앉는 속도도 2배는 빠른 것 같다. 보호자는 없었기에 혼자 있었지만 주변 환자분들이 퇴원을 앞두고 계신 분들이 두 분이나 계셔서 도와주셨다. 화장실 가는 거? 혼자 할 수 있었다.
수술 2일차 5월 14일 - 아직, 아프다.
몸은 별로 움직이질 못하는데, 삼시 세끼 밥은 계속 먹고, 잠은 계속 못 자고(그 할머니 환자분은 왜 아침 5시부터 통화를 하고 대체 그 시간에 누구와 통화를 하는지. 저녁 11시까지 안 주무시고 잠들면 코를 고신다.) 컨디션이 계속 난조이다. 통증은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는데 원장 선생님이 살살 걸어도 된다고 하는데 살짝 걸어보다가 엄마야 깜짝이야. 하고 다시 휠체어로 이동했다. 얼음찜질은 틈나는 대로 계속하고 있고 휴게실과 병동을 오가며 계속 움직이려 하고 있다.
그래도 살짝 살짝 디뎌본다. 다시 깜짝 놀라서 휠체어에 앉는다.
수술 3일 차 5월 15일 - 어? 걸어지네?
최고 컨디션이 나쁘다. 잠을 계속 못 자고 있다. 통증도 많이 줄고 수술부위 경과도 좋은데 잠을 못 자니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지기 시작한 것이 느껴진다. 간호사 선생님이 보다 못했는지 병실을 바꿔줄까 하고 먼저 묻는다. 일반적으로 먼저 이렇게 먼저 묻지 않는다. 간호사 선생님에게 병실을 바꿔달라고 말해보면 대부분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번거롭기도 하고 환자 한 명 한 명의 사정을 다 봐주다 보면 업무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먼저 바꿔준다니.... 내가 힘들어 보이긴 했나 보다. 병실 이동을 했다. 나보다 2살이 적은 환자분이 있다.
설상가상 소화도 잘 안된다. 예민해져 있으니 소화가 잘 될리가... 난 소화가 안되면 두통이 온다. 두통이 심하게 왔다. 아... 병실 메이트의 중요성이란. 1인실로 옮겨볼까?라는 생각과 퇴원하면 안 되나? 원래 예정일은 13일이었는데... 1박 2일이나 2박 3일 정도면 퇴원시킨다고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원장 선생님이 회진 때 수술부위 괜찮으면 내일 퇴원하자고 한다. 아싸!
가족들이 면회를 왔다. 점심으로 버거킹을 갔다. 선생님이 잘 먹어야 한다고 했다. 버거킹은 나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라는 합리화와 함께 딛는 연습을 또 해본다. 어? 어제보다 훨씬 안 아프다. 휠체어를 타지 않고 끌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이다. 와. 그냥 걸어도 된다더니. 진짜로 살살 걸어진다. 물론 절뚝이면서 잠깐 동안 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내 힘들어서 앉을 곳을 찾곤 한다.
수술 4일 차 5월 16일 - 절뚝거리지만 걸을 수 있다. 퇴원. 짧은 거리 운전 가능
퇴원 준비를 한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어제 저녁부터 배식을 받지 않았다. 마음이 가벼우나 나의 장은 무겁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준비해준 과일과 요거트를 먹으며 나의 장을 가볍에 비우려고 노력해보는데 신호가 오지 않는다. 간호사 선생님이 집에 가면 오히려 편안하게 변을 볼 수 있을거라 했다. 퇴원준비를 하면서 왔다 갔다 걸어 다녀보는데, 큰 무리가 없다. 오래 걷는 거 아니면 괜찮을 듯하다. 운전도 가능할 것 같다. 대리 불러서 가야 하나 걱정했는데 운전 가능하다. 물론 짧은 거리이긴 했지만.
집에 와서 나의 장과 사투를 벌였다. 절대 나올 수가 없단다. 제발 나와달라.!!!!!!!
성공했다.
수술 5일 차 5월 17일
집에 돌아왔다. 많은 집안일 들이 나를 반기고 있지만, 눈을 질끈 감고 모른 척한다.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엄마가 병원에 있던 나날들이 길게 느껴졌을 아이들이라. 이것저것 요청에 모두 수용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다리 상태를 보아하면 한계가 있다. 10분-20분 정도는 무리 없이 서있거나 이동 가능할 줄 알았는데, 몸이 금방 쉽게 지친다. 짬짬이 쉬면서 하는 일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술 7일 차 5월 19일
어제보다 회복하는 속도는 훨씬 빠르다. 서서 있는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지만 철심 제거 수술은 골절 수술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견디기도 훨씬 쉽다. 하지만. 통증이 없거나 피로감이 아주 적은 것은 아니니 계속 주의를 해야 한다.